[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하프는 발현악기로 수평식과 수직식, 그리고 틀이 통과 네크가 연속된 곡선인 활(아치)형과 통과 네크가 각을 이룬 각형이 있다. 줄 수는 2∼30개 이상인데, 현재 일반적인 페달 하프는 46~47현이며 한 옥타브에 7줄씩으로 온음계적 조율된다. 짧은 현은 고음을 긴 현일수록 저음을 낸다. 좌우 새끼손가락을 뺀 4개의 손가락으로 연주한다.

하프는 사냥꾼의 활이 기원이라 추정한다. 활(아치)형 하프는 B.C 3,000년경 서아시아에서 종교 의식과 연회에 사용했다. 최초 이집트 하프는 제4왕조시대로 람세스 3세 무덤 벽화에 나타난다. B.C 2,000년경의 최초 각형 하프는 B.C 1,500년경 이집트를 거쳐 로마 제국에서 행진, 제사, 종교 의식 등에서 사용했다. 800년경 인도의 수평형 하프는 중동지방에서 600년경 사라졌고 활형 하프도 이때쯤 사라졌지만 현재 미얀마, 아프리카 등에서 사용된다.

유럽에는 7세기 전해졌고, 8세기 앵글로색슨의 필사본에 틀 하프가 나오며, 9세기 프레임 하프가 처음 나타났다. 가는 목, 기둥, 공명기의 60cm 높이에 30현인 아이리시 하프는 9세기에 등장한다. 아이리시 하프와 달리 10세기 시집에 언급된 웨일스 하프 텔린(Telyn)은 31~34현이다. 앞기둥 3각형 하프는 중세부터 발달했고, 아이리시 하프는 유럽에서 널리 쓰였다. 중세 켈트인의 프레임 하프는 철사 현에 앞기둥이 외곡선을 이루고 후에 온음계적으로 조율했다. 14세기말 고딕 하프로 바뀌는데 목이 좁고 곧으며 공명통도 얇았다. 고딕 하프는 근대 하프로 발전했고 16세기 43현까지 대형화되었다. 아이리시 하프는 18세기 말 사라졌고 웨일스 하프는 반음계 악기인 트리플 하프로 17세기말 교체되며 19세기까지 음유시인 악기로 유지되었다. 반음을 못내 한정된 음악만 연주하다 17세기부터 반음을 내도록 개량되는데 티롤 지방에서 조율핀을 처음 사용했다.

1720년 바이에른의 첼레스틴 호흐브루커는 7개 페달로 조율 핀을 조절했다. 1750년 그의 홑페달 하프를 조르주 쿠지노는 조율핀 대신 금속판으로 현을 잡아 당겼다. 1792년 프랑스의 세바스티앙 에라르는 금속판 대신 회전판을 사용했고, 한번은 반음, 두번 밟으면 온음 높아지는 겹페달 하프를 제작했다. 1810년 에라르는 한 줄로 ♭, ♮, #의 3음고를 내는 기구 발명으로 반음 연주가 용이해져 현대 하프의 기초가 되었다. 전기 하프는 미국 하프 연주자 로이드 린드로스가 1964년 선보였다. 1607년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부터 하프가 오케스트라에 쓰였고, 하프가 있는 최초 교향곡은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1830)’이다. 드뷔시와 라벨은 경쟁 하프 제작자들의 의뢰로 ‘하프를 위한 실내악곡’을 제작했다.

신과 교감하는 악기 ‘하프(harp)’는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harp’는 게르만 조어 ‘harpǭ(harp)’가 고 노르드어 ‘harpa'를 거쳐 고대 영어 ‘hearpe(harp)’로 변형되고, 중세 영어 ‘harpe’를 거쳐 최종 ‘harp’로 정착하였다. ‘harpa’는 600년경 처음 등장했다. 프랑스 쁘아띠에 대주교 베난티우스 포르투나투스(530~609)는 옛 노르웨이어 ‘harpa'를 모든 현악기의 총칭으로 사용했고, 1000년경 영국 엘헴의 앨프릭 주교는 ‘hearpe’를 넓은 의미의 ‘리라(lyre)’라 칭했다. 10~11세기에는 리라와 하프는 활로 연주하는 찰현악기를 지칭했다. 1511년경에도 하프를 리라라 칭하는 혼동이 있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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