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손해사정사 윤금옥의 숨은보험금찾기] 부산에 거주하는 피보험자 K씨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심한 어지러움증과 복시 증상으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을 내원했다.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약 10일간 입원을 해 CT 및 MRI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좌측 소뇌 쪽에 오래된 작은 뇌경색증이 발견됐다. 신경외과 담당주치의는 ‘뇌경색(I639)’에 해당한다는 최종 진단서를 발행했다.

K씨에게는 99년도부터 현재까지 약 18년간 유지해온 M 생명보험사의 건강보험이 있었다. 약관상 해당 코드가 뇌졸중 진단비 지급 대상이라는 것을 확인한 K씨는 진단서와 청구서를 준비해 보험회사에 청구했고, 당연히 3일 이내에 보험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험금을 청구한 후 3일 정도 지나자 기대했던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고 보험회사가 아닌 외부 조사업체라고 소개하며 연락을 받게 됐다. 진단서에 기재된 내용만으로는 보험금 지급할 수 없으니 현장 조사를 시행해 적정하게 진단을 받았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다.

K씨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통해 신경외과 의사가 최종적으로 내려준 진단 이외에 어떠한 요건이 또 필요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심사가 진행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조사에 동의하긴 했다. 보험회사에서 최종적으로 통보된 답변은 역시 부정적이었다. K씨가 진단받은 뇌경색은 급성이 아니고 이로 인해 발생된 신경학적 후유증상이 없어 약관에서 명시하고 있는 뇌졸중 진단비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약관을 아무리 꼼꼼히 뒤져보아도 급성이면서 신경학적 후유증이 있는 뇌경색만 진단비의 지급대상이라는 문구는 찾아볼 수가 없었고 이에 보험사 측에 항의하였으나 보험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일방적인 답변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분쟁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의학적인 진단 기준 및 약관 해석의 모호성에 있다. 진구성 열공 경색증에 대해 모든 의사가 동일한 진단을 내린다면, 혹은 약관에 급성 뇌경색 및 신경학적 후유증이 있는 뇌경색에 대하여만 진단비가 지급된다는 구체적인 명시가 있다면 애초에 이러한 분쟁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MRI 판독지 상 ‘old lacunar infarction’ 등으로 표현하는 만성 열공 경색에 대해서는 한국표준질병분류에 적합한 진단명이 없어 ‘I63.9 기타 뇌경색증’으로 분류하거나 ‘I69.3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판단이다. 하지만 보험을 가입한 환자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진단이라고 해도 최종적으로 진단서상 부여가 되는 분류기호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라지기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뇌의 열공 경색에서 신경학적 후유장애를 남기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키고 후유장애를 남기는 경우도 있으나 질병분류표에서 구분돼 있지 않다. 통계청 발행 한국 표준질병사인분류 질병코딩 지침서의 열공성 뇌경색에 대한 설명에서 ‘무증상성 열공성 뇌경색증은 급성 뇌경색증으로 볼 수 없다’고 기술되어 있었으나, 제7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의 I63 질병코드에서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한 급성 뇌경색증에서만 I63.00~I63.9 코드를 쓸 수 있다는 확실한 언급은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보험이라는 제도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신경학적 결손 증상은 뇌졸중의 일반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가 신경학적 결손증상이 있는 급성 뇌경색만을 I63 코드로 분류하고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 보험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뇌경색(I63)에 진구성 열공성 뇌경색까지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해 다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약관조항의 뜻이 명백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약관규제법이 규정하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 천율손해사정사무소 윤금옥 대표

[윤금옥 손해사정사]
-한국손해사정사회 정회원
-한국손해사정사회 업무추진본부 위원
-경기도청 학교피해지원위원회 보상위원
-INSTV(고시아카데미) 강사
-대한고시연구원 강사, 한국금융보험학원 강사

- 자격사항 : 3종대인손해사정사,4종손해사정사,신체손해사정사,개인보험심사역(AP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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