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는 사회적 용어는 그 뜻을 새길 때마다 허무함이 느껴진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한 것으로 작품의 주인공이 자살하자 그것을 모방한 젊은이들의 자살이 급증하며 생겨난 용어다. 가상의 인물인 베르테르의 죽음을 따랐다는 얘긴데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한다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드물긴 하지만 자신의 이상형이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경우는 현대에도 존재한다.

죽음이나 자신의 존재를 깃털처럼 가볍게 여긴다면 타인을 따라 죽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순위를 매기자면 삶을 마감한 다양한 이유 중 허탈함의 으뜸이다. 죽음의 모방뿐 아니라 다이어트의 모방도 허무하긴 마찬가지다. 짚불처럼 번지는 유행의 중심은 단연코 무차별적 따라 하긴데 문제는 제대로 된 걸 쫓는 게 아니라 몸과 돈, 더 나아가 정신까지 망치는 못된 것만 추종한다는 거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3만 개에 육박하는 다이어트 방법이 생겨났고 시인 바이런 역시 식초를 마셔대는 방법으로 그중 하나를 보탰다. 날씬한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그는 식초를 통째로 마시거나 감자를 절여 먹곤 했는데 역겨움에 심한 구토와 설사를 반복했다 한다.

식초로 살을 뺀다는 것은 현재에도 그리 낯선 방법이 아닌데, 대체 식초란 무엇이며 과연 체중을 줄이는 기전이 있는지 잠깐 살펴보자. 식초는 아세트산의 일종으로 온도가 낮은 저온에서 얼음처럼 굳으므로 빙초산이라 한다. 농도가 높으면 먹을 수 없으므로 적당히 조절하여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식초라 부른다. 아세트산은 알코올이 아세트산 생성 균을 산화시켜 만들어지는데 전통적인 식초 제조법은 막걸리를 공기가 통하는 곳에 며칠 놔두는 것이다. 강한 산성 물질인 아세트산을 먹고 지방세포 속의 중성지방이 녹아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그저 희망 사항에 불과할 뿐이다.

유기물질인 중성 지방을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가수분해하여 궁극적으로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만드는 것은 이자에서 생성되어 십이지장 등으로 분비되는 리파아제라는 지방분해 효소이다. 향신료에 불과한 식초는 리파아제의 생리적 작용을 대체할 수 없으므로 지방 분해 효과가 없다. 오히려 식초는 적당량을 나물 등의 음식에 취하면 상큼한 향기가 입맛을 자극하여 자칫 과식을 유발할 수 있다.

어쨌거나 식초 덕분(?)에 그는 창백하고 마른 외모를 유지함으로써 대중들의 인기를 차지할 수 있었고 수많은 젊은이, 심지어 빅토리아 여왕까지 이 방법을 따랐다 한다. 토하거나 설사를 하는 등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으니 야위는 것은 당연지사다. 유사 이래 영양실조를 유발하는 엽기적 다이어트는 이외에도 아주 많아 일일이 열거가 불가능할 정도다. 어떻게 줄이느냐가 중요한 문제이지, 어떤 방법이든 개의치 않고 살을 빼자고 덤비면 그것은 아주 쉬운 일에 불과하다.

플래처리즘이란 또 하나의 다이어트 방법을 알아보자. 미국의 운동선수 호레이스 플래처가 자신의 이름을 본 땄을 정도로 이 방법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자부심 넘치는 그의 발명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면, 음식을 충분히 씹어 자양분이 모두 목구멍으로 넘어갔다고 판단되는 순간 입안에 남은 것을 뱉어내는 것이다. 뱉어내는 이유를 그자에게 물으면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한다. 뱉어냈더니 살이 찌지 않더라고 말이다. 살 뺄 욕심에 눈이 멀면 왜 뱉어야 하는지에 주목하지 않고 뱉어내는 것에 주목할 것이다.

친절한 플래처는 샬럿 양파의 경우 약 700번을 씹고 뱉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 방법을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 등 많은 유명인이 따라 했다고 한다. 인류가 수없이 만들어낸 다이어트는 무언가 먹거나, 생소한 특정 행위를 하는 등, 그 형태가 아주 다양하다. 다음 호에 플래처리즘의 문제점 및 여타 황당 다이어트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 박창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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