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스타워즈’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판타지, SF, 신화다. 왜? 미국은 건국신화가 없으니까. 그래서 외국, 특히 우리나라는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다. 왜? 공감대 형성이 어려우니까. 그럼에도 이 시리즈가 갖는 재미와 미덕과 테크놀로지는 엄청나다는 점에서 값어치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라이언 존슨 감독)는 전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로 예고한 세대교체를 확실하게 펼쳐나간다는 점에선 새로운 시리즈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엄청난 포스를 갖춘 스노크(앤디 서키스)가 지배하는 악의 무리 퍼스트오더가 은하계를 장악하고 수백 명에 불과한 저항군은 레아(캐리 피셔) 공주를 리더로 해 고군분투중이다.

천애고아 레이(데이지 리들리)는 레아의 지시로 자신의 잠재력을 발굴해내기 위해 은하계 오지의 아치토 섬에 은신 중인 유일한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는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레이를 거부한다. 한 솔로와 레아의 아들인 카일로는 타고난 제다이였고, 그래서 외삼촌인 루크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를 가르쳤지만 결국 다스베이더처럼 어둠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노크의 오른팔이 돼 전편에서 한을 죽였기 때문이다. 루크는 이제 제다이는 은하계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레이 역시 아직은 불안정한 상황. 부모의 정체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수시로 어둠의 유혹에 부닥친다. 그 가운데 그는 카일로와 텔레파시로 교감한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떤 이유로, 어떤 연유로 그렇게 이어지는가? 그리고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틸 이미지

전편에서 퍼스트오더의 잔인한 행위에 진저리 치며 이탈해 저항군에 합류한 핀(존 보예가)은 몰래 순양함을 탈출하려다 정비공인 로즈(켈리 마리 트란)에게 들킨다. 사실 그는 반역을 하려는 게 아니었다. 저항군이 광속비행을 통해 이동해도 퍼스터오더에게 노출되는 이유가 바로 퍼스트오더가 갖춘 첨단 추적 장치에 있다는 걸 알아냈고 그걸 파괴할 인물은 자신이 유일하기에 그걸 실행하기 위함이었다. 이 계획에 로즈는 물론 ‘탑건’ 포(오스카 아이작)까지 가담해 순양함을 이탈한다.

추적 장치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코드 브레이커가 필요하다. 그래서 세 명은 그를 찾기 위해 카지노 행성으로 가지만 주차위반으로 경찰에 잡혀 수감된다. 그런데 뜻밖에도 감옥 안에서 그 능력을 지닌 DJ(베니치오 델토로)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 탈옥해 퍼스트오더의 우주선에 도선하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장사치에 불과한 DJ가 퍼스트오더의 돈에 유혹돼 함께 꾸민 계략이었다. 그들은 카일로에게 붙잡혀 곧 처형될 위기에 처한다.

저항군은 퍼스트오더에 계속 밀려 결국 크레이트 행성의 동굴로 피신했다. 루크를 설득해 트레이닝을 받고 잠재력을 밖으로 표출하는 실력을 쌓아 드디어 제다이의 자격을 갖춘 레이와 3PO의 활약으로 퍼스트오더 진영에서 탈출한 핀 일행은 동굴에 합류해 퍼스트오더와의 일전을 준비한다. 드디어 은하계의 운명을 건 양 진영의 마지막 대결이 펼쳐지는데.

▲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틸 이미지

중국에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세대교체의 격언이 있다. 미국인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같은 ‘스타워즈’도 이제 40년이 흐른 만큼 세대교체가 자연스럽다. 요다와 오비완의 수제자인 아나킨이 법을 어기고 파드메 상원의원과 불륜의 관계를 맺어 루크와 레아라는 쌍둥이 남매를 낳는가 하면 시스에게 포섭돼 어둠의 추종자가 되지만 성장한 루크에게 죽임을 당한 연장선상이다. 아나킨의 외손자인 카일로가 아나킨의 양면 중 어둠인 다스베이더의 뒤를 이어 스노크의 심복이 됨으로써 영화는 그리스신화의 제우스와 크로노스, 그리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잇는다.

오랜 세월 ‘스타워즈’ 시리즈의 중심이었고, 이제 저항군의 마지막 희망의 상징인 루크가 의욕을 상실한 채 비관에 빠진 모습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제다이의 미래였던 아나킨과 카일로가 오히려 제다이와 정의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존재로 돌변했기 때문임과 동시에 정과 사의 경계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그래서 카일로는 다스베이더보다 더 확고한 자신만의 신념을 지니게 된다. 그의 인식론은 ‘정이냐, 사냐’의 가름에 있는 게 아니라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세대교체의 정립이다. 루크가 소중하게 보관 중인 제다이의 고서를 신이 된 요다가 불태우는 것과 연결된다.

그러나 레이는 ‘과거를 잊어야 운명을 이룬다’는 카일로의 충고를 무시한 채, ‘실패는 가르침’이란 루크의 철학을 받아들인다. 사춘기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주인공들을 그리는 성장 드라마는 세대교체의 과정이다. 게다가 카지노라는 자본주의가 낳은 ‘돈의 오락’이 인간과 자연을 동시에 파괴한다는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지금까지 전작들이 그려온, 다양한 외계인으로 구성된 공화국을 통해 미국이란 다인종 국가를 선전하는가 하면 유럽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신화를 미국에 도입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더 발전시켜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흑인 동양인 인도 혹은 아랍인을 부각시킨다. 특히 흑인 남자와 황인 여자의 키스 장면은 인상 깊다.

▲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틸 이미지

그건 이제 세계의 중심을 이루는 인종은 게르만족 라틴족 켈트족 등의 유럽 백인 남자가 아니라는 은유이기도 하다. 첨단 무기가 횡행하는 시대에 굳이 광선검을 쓰는 제다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미국의 ‘동양의 신비주의에 심취해있고, 그래서 동양 지배를 정당화하고자 하는 고대와 현대의 유럽의 오리엔탈리즘’적 취향을 노골적으로 고백하는 증거다. 이번엔 그걸 넘어서 아예 불교의 열반 개념까지 도입한다. 세계의 문화와 예술과 유행은 여자와 동양이 주도권을 가져왔으니까.
 
무려 40년 전에 놀랄 만한 비주얼로 SF 신기술의 혁명을 알린 시리즈의 최신작답게 눈을 호강시켜 줌에서 털끝만큼의 실망도 없다. 특히 빨간 소금사막 행성에서의 하이라이트는 혀를 내두르게 하는 비주얼이다. 제목은 ‘라스트 제다이’지만 새로운 제다이의 희망이 된 레이와 더불어 카지노 행성의 노예 아이들이 ‘뉴 제다이’를 계속 만들어낼 것을 예고하는 반가운 시리즈다. 151분. 12살 이상. 14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