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우리 법은 한 필지의 토지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토지대장과 등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토지 대장은 과세 등 행정목적을 위한 관리기록이며, 등기는 소유권 등 권리를 명확히 하기위한 사법적 목적 관리기록입니다.

보통의 경우 하나의 필지에 대한 토지대장과 토지 등기는 그 내용이 일치합니다. 그러나 양자의 내용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축물대장의 경우는 보통 불법증축 등으로 인해 등기와 달라지는 경우가 있으며, 토지대장의 경우에는 6.25전란 등 과정에서 등기나 대장 혹은 모두가 소실된 후, 기록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행정상 착오 등으로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입니다.

대장과 등기가 불일치하는 경우 우리 법상 해당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이나 소유권이전 등 추가적인 등기를 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결국 대장이나 등기 중 어느 하나를 기준삼아 양자를 일치시켜야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법은 어떤 것을 기준삼아 문제를 해결할까요?

이는 대장과 등기의 생성목적을 기준으로 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부동산의 물적 상황이나 동일성은 대장을 기초로 등기부에 기재합니다. 이는 대장이 과세 등 행정목적을 위해 생성된 것으로, 과세를 위해 부동산의 형태나 면적 등을 자세히 기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권리의 변동, 권리자에 대해서는 등기부의 기재를 기초로 대장에 기재합니다. 애당초 등기는 권리확정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양자가 불일치할 경우, 부동산과 관련한 사실적인 현황은 대장을 기초로, 권리관계는 등기부를 기초로 양자의 기재가 일치하도록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등기상으로 분할이 돼 있지만 지적공부에는 분할이 돼 있지 않다면 등기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사안(2016다225353)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강원도 속초시 도문동 일대 토지는 원래 1062평(3511㎡) 1개의 필지였다가 각각 500평, 400평, 100평 등 세개의 토지로 분필되었습니다. 그런데 6·25 전쟁통에 등기와 지적공부가 모두 멸실되었습니다.

이후 세 토지는 각기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가 회복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400평 토지의 소유자인 A의 아버지 C는 1965년 100평짜리 토지도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A는 아버지가 사망하자 이 토지를 상속했습니다.

하지만 복구된 토지대장에는 여전히 1062평 1개의 토지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2002년 6월 B가 법원 경매를 통해 1062평을 사들이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B는 토지대장을 기준으로 땅을 감정해 1062평 전부를 자신의 경계로 편입시켰습니다.

이에 A는 2013년 8월 자신의 토지 소유권을 확인하고 토지의 경계를 확정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어느 토지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다면 등기 당시에는 소관청에 해당 토지의 지적공부가 비치돼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토지를 분할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적도상 토지를 나누고 새롭게 토지대장에 등록해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가 분할 등기돼 있다면 분할된 토지대장도 존재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여러 필지로 분할돼 지적공부에 등록됐다가 이것이 모두 멸실된 후 소관청이 이를 복구하면서 분할 전 1필지의 토지로만 복구한 경우 종전 분할된 토지의 각 소유자는 분할된 토지의 경계를 특정하여 소유권을 주장·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달리 앞서 1, 2심 법원은 토지대장에 1개의 토지만 존재하는 점에 비춰볼 때 토지가 3개로 나뉘어 존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하였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그 판단이 뒤집힌 것입니다.

결국 법원은 토지 분할의 문제를 부동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의 권리문제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권리행사를 하지 않다가 상속 등으로 부동산을 소유하게 된 분들의 경우, 마땅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로 해당 부동산을 묵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위와 같은 소송을 통하여 해당 부동산을 실질적으로 사용 수익할 수 있음을 확인해준 면에서, 위 판결의 의의가 있다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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