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문재인 정부가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때에 공교롭게도 2명의 톱스타가 ‘연예인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배용준의 아내 박수진의 산부인과 특혜와 소녀시대 태연의 교통사고 처리 과정의 특혜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른 것.

당연히 적지 않은 누리꾼은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못하다. 더 나아가 배용준으로까지 불똥이 튀는 상황. 그럼에도 적지 않은 뜻깊은 사람들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자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태연은 지난달 28일 운전 중 부주의로 앞차를 추돌해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 피해자 중 2명은 사고처리 과정에서의 구급대원 등의 태연에 대한 특혜를 거론했고, 구급대원 및 경찰은 이를 부인했으며, 견인기사가 경찰 등의 주장을 거들었다.

결국 태연은 음주운전도 아닌, 단순한 운전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냈고, 구급차가 아닌 매니저에 의해 이송됐으며, 피해자들에게 재빠르게 사과를 하면서 경찰 조사도 성실하게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유명 스타란 이유로 팩트도 잘 파악하지 못하고, 현장도 목격하지 못한 불특정 다수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물론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과 경찰들이 태연을 알아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특별하게(?) 친절을 베풀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기강에 ‘윗선’에서 민감한 이때에 매뉴얼에 어긋난 특별대우를 할 어리석은 자가 하필 그 자리에 출동했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만약 특혜가 있었더라도 태연이 유명세나 금품을 이용해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면 해당 공무원부터 처벌할 일이다.

연예인으로서의 특혜가 아니라 차별 대우다. 그녀가 스타가 아니라 그냥 벤츠를 몰고 다니는 부잣집 딸 정도였다면 이토록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오해에 휩싸여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을까? 물론 어린 나이에 그토록 풍족한 돈과 더불어 명예까지 얻은 태연에겐 그만큼의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

하지만 그건 불법적, 탈법적, 부도덕한 행위 등을 했을 때 혹은 법에는 어긋나지 않지만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파렴치한 행동이나 품위 없는 언어를 표출했을 때 등에 더 큰 채찍이 가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연예스타기 때문에 왜곡된 구설수도 감내해야 한다는 숙명론도 제기될 수 있지만 그녀가 일부러 혹은 술이나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사고를 내지 않았고, 자신도 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고통이 큰 상황인데 누명까지 써야 한다는 건 많이 가혹하지 않을까?

박수진의 신생아 중환자실 특혜부터 산후조리원 면회 특혜의 의혹은 본질이 더욱 다르고 사안이 심각하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간 상황. 지난 5월 삼성서울병원과 의료분쟁 중인 누리꾼 A 씨가 온라인 카페에 생후 75일 만에 사망한 자신의 아이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연예인 부부 편의’를 운운하면서 박수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건이 커지자 박수진은 A 씨에게 전화로 사과를 했고 자필 사과문까지 올렸다. A 씨도 병원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지 박수진에 화살을 돌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지만 병원 측의 어설픈 해명이 꺼져가던 이 논란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병원 측은 “(박수진에게) 특혜는 없었다"라며 “확인 결과 A 씨의 조부모도 들어와 면회한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해명했지만 A 씨는 “사망 선고를 하려고 부른 것도 면회냐"라며 이에 반박했고, 참다못한 다른 산모들까지 추가 폭로 글을 게시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의 중심은 박수진의 특혜 논란이 아니라 의료분쟁이고 부록은 청탁금지법이다. 우리 사회엔 인맥이라는 고질적인 적폐가 뿌리내리고 있다. 혈연 지연 학연을 앞세워 줄을 세우고, 논공행상을 하기 마련이며, 그래서 파벌이란 게 정치계는 물론 사회 구석구석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배용준 정도 되는 톱스타가 삼성서울병원이라는 랜드마크에 연줄이 있을 가능성은 높다. 만약 없다고 하더라도 그의 아내가 출산하러 왔다는 데 관심을 안 가질 병원의 임직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병원도 사람이 움직인다. 배용준의 아내와 2세를 보고 친해지기 위해 다른 환자와 다른 친절을 베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다. 전자라면 대중은 그냥 일부 몰지각한 병원 관계자의 시대착오적인 노예근성으로 치부하되 병원 측이 인사 조치에 나서겠다는 제스처를 취해야 마땅하다. 후자가 의심된다면 병원이 앞장서 고발해야 한다.

박수진보다 주목해야 할 대상은 병원과 의료분쟁 중인 A 씨와 그 가족이다. 고 신해철 사망만 보더라도 환자(와 가족)와 병원 사이의 납득하기 어려운 의료분쟁은 도처에 널리고 널려있다. 병원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다수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한두 번쯤 겪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위해 불철주야 혹사에 가깝게 일하고 정신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대다수의 의료인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추앙해야 마땅하다. 심지어 성심병원 체육대회 사태처럼 노리개가 되는 간호사들이 있을 정도로 열악한 게 보건의료노동자들의 환경이다.

의료분쟁조정위는 삼성서울병원 측에 2000만 원 보상을 권고했지만 A 씨 등 유족들은 이를 거부하고 분쟁 중이다. 자식의 죽음에 가격을 매기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억울함 미안함 그리움 등으로 인한 고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사회 곳곳에 삶에 직결된 문제점들이 산적해있는데 연예인에 대한 논란으로 국력을 낭비하고 여론이 출렁이는 건 비생산적이다.

필자는 연예인을 두둔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오히려 ‘국민이 즐겁도록 위무해줘야 하는’ 본분의 책임과 사명을 잊은 채 인기에 취해 마치 자신이 고위 권력자나 귀족이 된 듯 안하무인격으로 나대는 일부 연예인을 혐오한다.

평범한 사람에 비해 가진 게 지나치게 많은 연예스타에 대한 감시의 눈은 필요하지만 그들 역시 똑같은 사람이므로 인도주의적 차원의 배려는 필요하다. 연예인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했음에도 일순간의 실수를 저지른 걸 객관적으로 헤아리지 않고 오해하고 곡해함으로써 그들을 괴롭게 만드는 일은 만인 공통의 인권 차원에서도 지양해야 할 일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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