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오스트리아를 여행하게 되면 반드시 먹게 되는 음식이 바로 호이리게(Heuriger)다. 일반적으로 외국의 음식은 생소하고 입에 안맞을 수도 있는데 와인과 함께하는 호이리게는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에게도 무난하고 맛이 있다.

호이리게는 와인에 다양한 고기 요리와 소시지, 감자, 사우어 크라프트(독일식 양배추 절임)가 제공되는 비엔나의 전통음식이다. 음식점에서는 소나무 가지를 문밖의 간판에 걸어 놓고 있는데 이는 ‘우리 가게에 올해 빚은 새 술(와인)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라는 의미라 한다. 호이리게와 함께 먹는 음식은 얇은 소고기/ 돼지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튀긴 슈니첼(Schnitzel), 슈봐인브라텐(Schweinbraten : 로우스트 포크), 스프와 샐러드, 치즈, 소시지 등이 있으며 후식인 아펠슈트루델(Apfelstrudel)은 사과로 만든 파이의 일종이다. 식사 중에는 호이리게 소속 가수와 악사(기타/ 바이올린, 아코디언)들이 등장하여 흥을 돋군다. 호이리게 주점에서 연주하는 애수띤 세레나데 같은 비엔나 특유의 음악을 슈람멜음악(Schrammelmusik)이라 한다. 호이리게 음악을 정착시킨 슈람멜 형제를 기념하여 이곳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그들의 이름으로 명명한 것이다.

호이리게의 역사를 보면, 유럽의 30년 전쟁 등 사회적 혼란 속에서 오스트리아의 와인생산이 침체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는 세금과 행정규제를 완화해 주었다. 그녀의 아들 프란츠 요제프 2세 황제는 1784년 8월 17일 그린칭 지역 등 와인농가에서 치즈, 소세지 등 직접 요리한 음식과 와인 및 쥬스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다. 이러자 와인을 판매하는 농가가 하나 둘씩 생겨났고 포도 재배 단지였던 그린칭은 자연스럽게 호이리게 마을이 되었다. 그 외에 Sievering, Neustift, Liesing 등이 유명한 호이리게 지역이다.

그린칭의 유명한 호이리게를 보면, 마이어-암-화르플라츠(Mayer-am-Pfarrplatz)는 베토벤이 하숙했던 집이다. 그는 이곳에서 교향곡 6번 ‘전원(Pastoral)’과 9번 ‘합창’의 일부를 작곡했다. 루돌프스호프(Rudolfshof)는 루돌프 황태자의 단골집이었다. 라인프레헤트(Reinprecht)는 유명한 작곡가 로베르트 슈톨츠(Robert Schtolz)가 그린칭에 살 때의 단골집이다. 그가 이곳에서 작곡한 대표곡은 ‘Ich bin in Grinzing einheimisch(나는 그린칭 토박이)’이다. 주점 벽면에는 그의 부조와 명판에 그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비엔나의 명물 음식 ‘호이리게(Heuriger)’는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Heuriger’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바바리아 지역에서 ‘heuriger Wein(this year's wine)’의 축약어로 영어로는 ‘wein taverns(햇포도주를 파는 식당/ 와인 주점)’이다. 자세히 보면, 'Heuriger Wein'과 ' Heurigenlokal(호이리게 주점)'이 합쳐지고 축약되어서 'Heurige'라는 말이 탄생했다. ‘Heurige’는 ’Heuer(This year)’에서 유래했다. 호이리게는 그 해에 만든 햇포도주(Heuriger Wein)를 의미하지만 포도주 판매 주점 및 호이리게를 음식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뜻하기도 한다. 원래 이 단어는 음식을 가지고 와서 햇 와인을 먹을 수 있는 와인 제조자들이 운영하는 옥외 선술집을 의미했다. 오늘날은 포도밭 인근에 있으면서 음식과 와인 등을 먹을 수 있는 선술집 등을 의미한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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