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이더크래프트 유현철 대표

[미디어파인=이진욱 부국장의 직격인터뷰] 배달의민족은 진짜 배달까지 모두 처리하는 민족이 아닐 수 있다. 실제 배달을 담당하는 라이더 대부분이 ‘배달대행 플랫폼’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배달의민족과 같은 주문앱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던 배달대행 플랫폼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창업 3년 만에 1,000%이상 성장률을 달성하는 등 초고속 성장하는 라스트마일 스타트업이 있어 화제다.

이륜차 기반 배송플랫폼 ‘영웅배송 스파이더(SPIDOR)’를 운영하는 스파이더크래프트(대표 유현철·문지영, 이하 스파이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유현철 스파이더 대표를 만나, 그동안 성장 과정과 향후 사업 전략 등을 알아봤다.

-본격적 질문에 앞서, 배달산업 생태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많다. 이들에게 알기 쉽게 소개한다면.

배달의민족, 요기요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계십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두 플랫폼에서 음식점들이 올린 광고를 보고 원하는 음식을 선택하십니다. 즉 배달의민족, 요기요는 음식점과 소비자를 잇는 광고 채널 성격이 짙습니다. 배달 주문을 생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반면 배달대행 플랫폼은, 이렇게 생성된 주문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음식이 음식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도록 배달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점을 비롯해 배달 업무를 수행할 배달기사(라이더)와 지역 단위 배달대행지사(대리점)들이 저희 플랫폼의 주요 유저들입니다. 배달 생태계의 핵심 참여자들이자, 배달종사자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인 셈입니다.

이에 더해 저희와 기업 간 거래(B2B) 형태로 계약, 배달서비스를 제공받는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주요 유저들입니다. 지금은 음식관련 배달이 주를 이루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 소상공인들의 퀵커머스를 책임지게 될 전망입니다.

▲ 사진 제공=스파이더크래프트

-경쟁이 치열한 시장환경에서, 지금과 같은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그동안 라이더와 대리점, 음식점 등 배달종사자들이 겪는 현장의 불편함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기업이 드물었습니다. 이 문제를 직접 푸는 데 집중한 결과 지속 가능한 성장구조가 형성, 지금의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스파이더는 단순히 플랫폼만 제공하는 기존 사업 틀을 깨고, 배달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슈를 본사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해왔습니다. 일례로 대리점을 대상으로 창업부터 운영, 투자까지 전 사업과정을 지원하는 빌드업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한 올인원 솔루션도 개발, 온전히 배달 본업에만 집중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실질적 수익 향상에도 기여합니다. 라이더 휴식공간으로만 쓰이던 대리점 사무실을 활용, 수익 창출 공간으로 바꿔주는 ‘스파이더GO’ 프로젝트가 빠르게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스파이더GO는 대리점 사무실 내 남는 공간에 무인 자판기와 같은 장비를 입점시켜, 거점 배달을 통한 수익 증대가 가능하도록 합니다.

라이더들에게 소속감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다양한 지원책도 꾸준히 내놓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업계 평균 한자릿수에 그치는 바이크 종합보험 가입율을 90%대로 높였고, 스파이더 아이덴티를 담은 디자인 상품을 지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현장 친화 정책 대부분은 시장에서 실효성 검증을 끝마쳤습니다. 그 결과, 스파이더는 대리점 이탈률을 1%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라이더들의 높아진 소속감이 배송 퀄리티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책 효과에 힘입어 올해 초에는 기업 맞춤형 배송서비스 ‘퀵커머스 큐레이션’도 선보였습니다. 현재 SPC를 시작으로 이마트, 버거킹, CU, 올리브영 등 내로라하는 유통, 물류기업들에 퀵커머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회사 경영의 모든 포커스를 라이더와 대리점 리텐션을 올리는 데 맞출 방침입니다. 현장 중심 경영에 더욱 힘을 주겠습니다.

▲ 사진 제공=스파이더크래프트

-포스시장에도 진출하셨습니다. 더 큰 도약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신 것으로 보이는데, 포스를 선택한 이유가

편리한 배송환경을 구축, 퀵커머스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고민이, 포스라는 산출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까지 퀵커머스는 음식배달 외 다른 영역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배송을 담당할 라이더들을 일반 소비재 영역으로 유입시키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음식배달 트래픽(주문량)이 워낙 좋다 보니, 이들을 설득해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유통, 마트 분야 사업자 대부분은 배송 서비스 도입을 엄두도 못 내는 실정입니다.

이 같은 어려움을 풀어낼 고민의 결과가, 최근 출시한 풀스택 포스 ‘플릭(PLLIC)’입니다. 라이더가 음식배달처럼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유통, 마트 사업자의 오프라인 환경을 바꾸는 데, 플릭이 결정적 역할을 맡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대다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퀵커머스를 활용하고 싶지만 배달 주문 채널은 물론 배달대행업체들까지 그 수가 워낙 많고, 수수료 체계도 제각각이어서 혼란을 겪어왔습니다. 여기에 각 프로그램들을 매장 내 포스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연동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아, 포스 자체가 오류를 내는 경우도 상당했습니다.

플릭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줍니다. 플릭 하나만 설치하면 누구나 퀵커머스 서비스를 매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복수의 주문 채널로 주문이 접수되면 자동으로 라이더를 호출하는 배달대행 솔루션을 탑재한 것입니다. 배송 주문 접수에서 결제 완료까지 단계별 진행 상황도 한 화면에서 보여줍니다. 매출 관리도 수월해졌습니다. 매출 합계만 제시하는 기존 포스와 달리 매장 내 매출과 배송 매출을 구분해 한눈에 확인하고 세무 신고까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 사진 제공=스파이더크래프트

-플릭을 통해 퀵커머스 시장이 외식업 외 다른 분야에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플릭의 강점을 꼽자면

플릭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 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공급된다는 점입니다. 사용자 PC에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일선 매장에서는 기존 포스기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쓰면서도 플릭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데스트톱, 노트북, 태블릿, 핸드폰 등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유연성 덕분에, 플릭은 매장 내 다른 관리 프로그램은 물론, 전사적자원관리(ERP)을 비롯, 각종 IT 기반 프로그램, 툴과 손쉽게 결합하고,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합니다. 기존 포스가 매장관리 시스템에 그쳤다면, 플릭은 경영관리 시스템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스파이더는 앞으로도 플릭을 통해 자영업, 소상공인들이 별도 지식, 경험이 없더라도, 핀테크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에 손쉽게 접근하도록 할 구상입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사업자 간 디지털격차를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초고속 성장에 이어, 플릭이라는 새 무기까지 장착했다. 계속 변화하는 스파이더의 종점은 어디인지

라스트마일 시장을 주도하는 사업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음식배달을 넘어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공급하는 비온드 푸드(Beyond food)를 실현하고 싶습니다. 음식배달보다 고부가가치의 물류배송 영역으로 사업범위를 확장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플릭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개발됐습니다.

하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과제입니다. 홈쇼핑을 보다 30분 내 TV 속 상품을 받아보는 꿈과 같은 서비스는, 결코 기술과 자본만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달생태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배달종사자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로의 진출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잘 설득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스파이더는 배달생태계 참여자 간 이해관계 균형을 맞추고 조율하는 소통 역량이 매우 뛰어나다고 자신합니다. 이는 현장 중심 경영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스파이더는 전체 조직이 현장 중심 경영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단순 배달 프로그램만 제공하는 IT회사가 아니라, 배달종사자들 고충을 해결하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관련 노력과 투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 스파이더크래프트 유현철 대표

-유 대표님 개인의 꿈도 궁금하다

과거 10년여간 라이더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승승장구하다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생계를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배달 일을 시작했습니다. 스파이더 공동대표인 문지영 대표를 만난 것도 라이더 시절이었습니다. 문 대표가 운영하던 배달 플랫폼에서 배달 일을 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한솥밥을 먹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문 대표는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는 형태의 플랫폼을 운영했었는데, 당시로는 시대를 앞서는 모델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배달시장 자체가 산업화되지 못한 시기여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저희 모두 절박한 심정으로 배달시장에 뛰어들었고, 그만큼 이 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파이더는 비록 업력은 짧지만, 어떤 기업보다 배달시장 내 절박한 사람들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꿈은 명확합니다. 배달종사들에게 인정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꿈을 이루겠다는 마음이, 간절하고 절실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스파이더 행보에 많은 관심과 응원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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