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우석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4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귀에서 삐 하는 소리가 계속 나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지하철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지하철에서 내린 이후도 계속해서 소리가 났다. 그 날 이후로 종종 이러한 일을 겪는데, 어떤 문제일지 해결책을 찾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명을 의심할 수 있다. 해당 질환은 외부 청각자극의 유무와 관계없이 귀 또는 머리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는 환상음(phantom sound)이다. 환자마다 증상과 강도가 다양하며 기계음, 매미(또는 여치)우는 소리, 바람 소리 등 한가지 이상의 소리를 듣는 경우도 흔하다.

해당 질환의 유병률은 통상적으로 15% 내외로 알려져 있다. 선진국의 경우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최근 보고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약 25%가 경험하였고, 유럽의 경우 약 20%의 성인이 질환을 호소하였다. 건강보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국내 유병률은 1천 명당 14명 정도이다(임상의들은 이명 환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다른 연구에 따르면 60대 이상에서 유병률은 33%에 달하였다. 이런 통계자료를 분석해 보면 4~5년 후에 65세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되면 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명은 어떤 기전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과거에는 주로 난청 환자들의 잘 듣지 못하는 귀에서 이명이 발생함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말초 청각기관의 문제로 인식했었다. 그러나 8번 뇌신경(속귀신경)의 절단 후에도 이명이 지속되었다는 보고와 뇌종양 제거시 청신경 일부의 손상에서도 유발된다는 보고는 기존의 주장에 의문을 가지게 하였다. 즉 뇌와 관련성이 있음을 최근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즉 이명은 단순히 와우의 기능저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처음 발생은 말초 청각기관에서 시작될 수 있으나, 지속적인 자각적 이명은 중추신경계의 신경활성과 관련되어 있다. 말초 청각의 병변은 청신경계에서 보상작용으로 과활성을 유도하게 되고, 이런 신경활성의 증가로 인해 발생한다. 또한 와우 손상으로 중추신경계의 억제성 신호가 하향 조절되고, 이런 하향조절로 인해 생긴 흥분과 억제반응의 불균형은 중추청각신경계의 신경 과활성을 유발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질환의 메커니즘은 아직 100% 밝혀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이러한 이명을 단순히 청력이 떨어지는 신호로만 인식해서는 안된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만성적 질환이 있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대뇌의 포도당대사와 대뇌 회백질 부피가 감소하였다. 이 연구는 만성 이명을 뇌신경의 퇴행성 신호로 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였다.

증상이 지속되는 것은 우리 뇌에서 보내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이명은 이렇게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양한방 협진을 통한 접근을 하는 것이 좋다. 양방치료는 약물이나 TMS, 도수치료와 같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신허(腎虛)이명, 간화(肝火)이명, 담화(痰火)이명의 패턴이 많이 나타난다. 한의학적 변증을 통해 최적의 한약과 침, 약침 등을 같이 활용한다면 치료에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장덕한방병원 뇌건강센터 황우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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