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스토리, 2017, 미국, 안젤라 로빈슨 감독, 루크 에반스(윌리엄 몰튼 마스턴) 벨라 헤스콧(올리브 번) 레베카 홀(엘리자베스 마스턴) 주연, 108분/ 아내가 결혼했다, 2008, 한국, 정윤수 감독, 손예진(주인아), 김주혁(노덕훈) 주연, 119분>

[미디어파인 칼럼=김주혁 주필의 가족남녀M&B] 부부는 성적으로 배우자에게 배타적으로 충실해야 한다고 대다수 사람들은 생각한다. 이를 어긴 사실이 드러나면 불륜이나 외도로 비난받는다. 그런데 만일 부부가 서로 배타성을 깨기로 합의만 한다면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성행위를 해도 될까? 부부뿐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한집에 살면서 성관계를 이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부부나 연인이라도 섹스 상대를 독점하지 않고 합의 하에 다른 사람과 관계할 수 있다는 이른바 폴리 아모리(다자연애), 폴리 피델리티(다자동거) 얘기가 은근히 퍼져간다. 이들은 존중받아야 할 성소수자인가, 아니면 비난받아 마땅한 부도덕한 행위자들인가? 이 문제를 다룬 영화들도 적지 않다.

▲ 영화 ‘원더우먼 스토리’와 ‘아내가 결혼했다’의 포스터

‘원더우먼 스토리’는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였던 마스턴이 아내뿐 아니라 제자였던 연인도 사랑하며 함께 살던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다. 한 지붕 세 가족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그는 대학에서 해고됐다. 거짓말 탐지기의 발명자이기도 한 마스턴은 만화 ‘원더 우먼’을 창작했고, 결박 감금 채찍질 고문 등 문제성 있는 묘사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내 엘리자베스와 연인 올리브는 각각 마스턴에게서 자녀 2명씩을 낳았고, 그들도 서로에 탐닉하는 사이다. 그들의 관계가 이웃들에게 노출되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따돌림과 공격을 받게 된다. “당신들이 어떻게 살든 상관 없지만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다른 곳으로 이사 가라!”는 이웃의 말에 올리브가 “그 사람들이 무슨 권리로?”라고 반발한다. 그러자 엘리자베스는 “권리란 권리는 다 있지. 우릴 피할 권리. 어쩌면 우릴 두들겨 팰 권리도. 우리가 섹스를 해서가 아니야. 우리가 저들보다 낫다고 여긴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이지.” 우리 때문에 아이들이 배척당해서는 안 된다고 엘리자베스가 말하자, 마스턴은 “그런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마스턴이 사망한 뒤에도 엘리자베스는 올리브가 사망한 1985년까지 38년을 더 함께 살았다.

▲ 영화 ‘원더우먼 스토리’ 이미지 컷. 식탁에 앉은 3부부와 4자녀.

소설을 영화화한 ‘아내가 결혼했다’의 포스터에는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자신 있어?’라는 문구가 나온다. 그럴 자신이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고 싶다는 자유로운 여자가 주말에는 남편과, 주중에는 제2남편과 사는 얘기다. 덕훈은 자유 연애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인아와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의 머리 속에는 그녀를 독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결혼뿐이라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런 착각이 깨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랑하는 남자가 생겨서 결혼하겠다는 충격적인 제안을 받고는 그녀를 포기할지, 반만이라도 가질지 고민 끝에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한다. 인아는 양쪽 시집에 모두 잘 하지만 남편이 둘이란 사실은 세 사람 외에는 비밀이다. 인아가 덕훈의 아이를 낳는다. 인아와 둘째 남편 재경의 부부 인터뷰 기사가 잡지에 나자 덕훈이 이혼한 거냐고 회사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덕훈은 자신의 집에 이어 재경의 집에서 열린 돌잔치에서 자신이 아이의 아빠라며 인아의 두집 살림을 폭로한다. 이 일을 계기로 인아는 종적을 감춘다. 그러다가 축구를 좋아하는 3명은 인아의 연락을 받고 스페인에서 만나 축구 경기를 관람한다.

▲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이미지 컷. 인아의 두집 살림을 폭로하는 덕훈.

폴리아모리(polyamory)는 ‘많은’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폴리(poly)’와 ‘사랑’이라는 뜻의 라틴어 ‘아모르(amor)’의 변형인 ‘아모리(amory)’의 합성어다'. 찬성론자들은 일부일처제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 결혼제도이며, 당사자들이 동의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여러 상대와 성행위를 포함한 다양한 관계를 맺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여긴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이런 행위가 사회질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반사회적이고 부도덕한 행태이며, 성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방종으로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한다.

현재 국내에서 법으로 금지하는 중혼(배우자 있는 자가 다시 혼인), 근친혼, 성매매, 포르노 제작 유포, 장기 매매, 안락사 등도 폴리아모리와 마찬가지로 쌍방이 동의하고 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허용되고 존중받아야 할지 궁금하다.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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