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기 변호사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상속은 언제나 ‘플러스’가 되는 법률 행위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상속을 포기해야 하나 승인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상속인이 될 경우 피상속인의 재산뿐만 아니라 채무까지 승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채무가 승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때 현명한 선택이 이뤄지려면 각각의 개념을 먼저 숙지해야 한다.

우선 상속포기란 상속인의 지위를 모두를 포기한다는 것을 뜻한다.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이며 피상속인의 재산과 채무 모두를 상속받지 않는 것이다. 다만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선택했다고 상속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권리가 후순위 상속인에게 넘겨진다. 따라서 온전히 상속포기가 이뤄지려면 선순위부터 후순위까지 모든 상속인이 상속포기 의사를 밝혀야 한다. 실제 부모의 채무를 상속 받지 않기 위해 자녀가 상속포기를 하더라도 도리어 그 채무가 손자녀, 형제자매 등까지 범위가 확장되어 전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한정승인은 상속포기와 다소 차이점이 있다. 한정승인의 경우 조건부상속이기에 상속 받은 재산 내에서 채무를 변제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피상속인이 남긴 채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을 때 혹은 추후에 채무가 발견될 것으로 예상될 때 그리고 후순위에게 상속권이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을 때 한정승인을 고려해볼만 하다. 참고로 상속포기 한정승인은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청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근래 들어 미성년자 한정승인 사안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2016년부터 5년간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미성년자 파산 건수는 78건으로 한 달에 한 명꼴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모의 방임 혹은 잘못으로 인해 부모의 빚이 아직 사회에 첫발조차 떼지 못한 미성년자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적으로 미성년자 한정승인은 성인의 한정승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엄마의 빚이 자신에게 상속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13세 A양. 대신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절차를 밟아줘야 할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고도 나 몰라라 하며 연락마저 끊어버렸다. A양이 빚을 구제받기 위해서는 방임하고 있는 아버지의 친권상실 소송부터 시작해, 후견인 지정, 한정승인 연장 신청 등 줄줄이 대여섯 개의 소송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우리와 상속법 체계가 유사한 프랑스의 경우 미성년자에게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속재산 보다 많은 빚이 넘어가지 않도록 법률적으로 원천 차단, 별도의 특칙까지 두어, 미성년자의 상속은 한정승인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독일은 미성년자가 빚을 지지 않도록, 성인이 된 시점에서 가진 재산에 한 해 빚을 청산하게끔 하는데 반면 우리나라는 지금껏 미성년 보호 입법은커녕, 미성년 빚 상속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사안에 따라 각양각색의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상황에 따라 상속포기, 혹은 한정승인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유리한지 판단하기 모호한 경우도 적지 않다. 관련 사안에 있어 종합적인 조력을 제공받을 수 있는 상속전문변호사와의 상담을 적극 활용하길 권하는 이유이다.

상속 개시 즉시 상속인으로서 해야 할 일은 피상속인의 재산 상태를 조회해보는 것이다. 피상속인 명의의 예금, 대출, 보증, 신용카드 관련 채무가 있는지의 여부는 금융감독원 본원 1층 금융민원센터 및 각 지원 또는 다음의 각 금융협회에서 ‘상속인 등에 대한 금융거래조회’를 통해 파악할 수 있고 금융거래내역, 국세 및 지방세 체납액·미납액·환급액,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립학교교직원연금 가입여부, 자동차 소유여부, 토지 소유내역 등 사망자 재산을 시·구, 읍·면·동에서 한 번에 통합 신청할 수 있다.

한정 승인 신고 시 첨부해야 하는 ‘상속 재산 목록’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재산을 일부러 누락시키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한정 승인으로서의 효력이 없음을 기억해둬야 한다. 더불어 특별한정승인제도에 대해서도 알아두면 좋은데 특별한정승인이란 물려받는 채무가 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여 단순승인한 상속인이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할 수 있는 한정승인으로 이때 중대한 과실 없음을 입증해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다소 까다로운 신청자격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므로 정확한 전문 법률 조력을 활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법무법인 한중 홍순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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