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배우자를 존중하지 않으면 겪는 일 [김주혁 칼럼]

기사승인 2021.10.20  

공유
default_news_ad1

-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 2019, 미국, 노아 바움백 감독, 스칼릿 조핸슨, 아담 드라이버 주연, 137분 / 결혼 이야기(The Marriage Life), 1992, 한국, 김의석 감독, 최민수 심혜진 주연, 93분

[미디어파인 칼럼=김주혁 주필의 가족남녀M&B] ‘결혼 이야기’란 제목의 영화가 두 편 있다. 두 편 모두 행복한 결혼생활보다는 부부간의 갈등을 위주로 그렸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미국 영화는 8살 아들을 둔 30대 예술가 부부의 이혼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은 20대 초반 첫눈에 반해 결혼한 지 10여 년 만에 갈라서게 됐다. 찰리(아담 드라이버)는 뉴욕에서 연출가로 극단을 운영하고, 니콜(스칼릿 조핸슨)은 그 극단에서 배우로 일하다 TV 드라마 주연 배우로 캐스팅되며 LA로 거처를 옮긴다. 니콜은 조만간 뉴욕으로 돌아오리라는 찰리의 예상과 달리 아들과 함께 LA의 삶에 만족하며 머무른다.

▲ 영화 ‘결혼 이야기’(2019) 스틸 이미지

지나온 세월을 바라보는 시각은 서로 다르다. 니콜은 LA에서 신인 TV 배우로 주목받았으나 결혼 후 찰리를 따라 뉴욕으로 가면서 연극 배우로 갈아타 경력이 단절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반면 무명이었던 남편은 결혼 후 니콜의 내조에 힘입어 주요 상을 받는 등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삶의 터전인 LA로 가서 살자고 했을 때마다 남편이 들어주지 않는 등 자신을 인정 존중하지 않았고 뉴욕 생활이 행복하지 않았다고 아내는 불만을 표시한다. 반면 찰리는 아내가 뉴욕에서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고, 이제 와서 행복하지 않았던 척한다고 비아냥거린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을 결심하고 소송을 준비한다. 대화를 하면서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말을 골라서 한다. 부부싸움이 마치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인 것처럼 감정적으로 임한다. “당신은 이기적인 데 너무 익숙해져서 이제 자신이 이기적인지도 모르고 있어! 진짜 재수 없어!” “난 매일 눈뜰 때마다 당신이 죽길 원해. 헨리가 괜찮다는 보장만 있다면 당신이 병에 걸린 채, 차에 치여 죽었으면 좋겠어!” 찰리는 마침내 홧김에 마음에도 없는 극언을 퍼붓고는 자신도 깜짝 놀란다. 즉시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며 무릎을 꿇고 울음을 터뜨린다. 니콜도 눈물을 흘리며 위로한다.

남편은 앞만 보고 달려왔다. 아내는 남편을 따라가며 그에 맞춰진 삶을 살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남편이 아내의 행복에 신경 쓰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여겨진다.

찰리는 이혼 1년 후 LA에서 교수로 1년간 지내게 되지만 너무 늦었다.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미국 연방대법관은 뉴욕 로펌에 취직한 남편을 따라 뉴욕으로 이사했고, 아내가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되자 이번에는 남편이 아내를 따라 직장을 워싱턴으로 옮겼다. 상처가 깊어지기 전에 배우자의 고민과 희망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부부상담 과정의 하나로 서로의 장점을 적은 편지를 읽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배우자의 단점에 집착하기보다 장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부부싸움은 승패가 없는 법이다. 문제가 생기면 회복을 시도하고,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 영화 ‘결혼 이야기’ 포스터

미국 영화보다 27년 전에 제작된 같은 이름의 한국 영화는 선남선녀가 알콩달콩 티격태격 신혼생활을 거쳐 별거까지 갔다가 화해하는 내용이다. 라디오 프로듀서와 성우로 방송국에서 만난 김태규(최민수)와 최지혜(심혜진)의 결혼은 성공처럼 보인다. 일터와 가정에서 바쁘고 즐겁게 살아간다. 지혜는 결혼 후에도 자신의 일과 자기계발에 몰두하며 철저하게 가사 분담을 실현한다.

▲ 영화 ‘결혼 이야기’(1992) 스틸 이미지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둘 사이에는 사랑보다 갈등이 쌓인다. 남녀 차이 등을 절감하며 결혼생활의 환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른 아침 지혜의 헤어드라이기 소리에 단잠에서 깨어나고 세면대에 수북한 머리카락을 발견하는 것이 태규에게는 불만이다. 지혜는 변기에 앉다가 태규가 흘린 오줌방울의 느낌에 기겁을 한다. 결혼은 그들이 미혼시절에 가졌던 성에 관한 환상에서 하나 둘 깨어나게 만든다. 치약을 끝에서부터 짜느냐 중간에서부터 짜느냐, 침대에서 절반을 넘어오지 말라는 등 사소한 일을 가지고 다툰다. 태규가 연애 때는 상남자였지만, 결혼 후에는 작은 일에 목숨 거는 쫌생이로 여겨진다.

결국은 별거에 이르지만 곧 후회한다. 태규가 행복한 시절도 있었다며 재결합을 원한다. 그러나 지혜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기 싫다고 거절한다. 결국은 연애시절의 추억을 되새긴 태규의 엽서를 받고 서로 노력하기로 화해한다.

“좋은 배우자를 만난다는 것은 신기루일 뿐입니다. 결혼이란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입니다. 사랑할 상대가 있다는 건 축복할 일 아니겠습니까?”라는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된다.

국내에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개척한 작품으로 당시로서는 흥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우리는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 배운다. 결혼생활은 운전보다 더 중요하고 난이도도 훨씬 높다. ‘결혼면허’를 위해 당연히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배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혼생활이 저절로 잘 되리라고 착각한다. 그러다 보니 불량 부부, 불량 부모가 속출한다. 부부나 부모 역할을 잘 하려면 평생 배워야 한다. 예비부부학교, 부부학교, 대화교실, 사춘기 부모학교 등등.

부부는 서로의 차이를 알아가며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야 한다. 차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차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가정의 무게 중심이 어느 한쪽에 쏠리고 그 결과 어느 한쪽이 존중받지 못하면 유지되기 어렵다.

결혼이 줄어들고 이혼이 늘어나는 암울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청춘남녀가 사랑할 상대를 갖는 축복을 누리며, 결혼을 통해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그러기를 권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myhappyhome7@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2

관련기사

default_news_ad3
default_side_ad1
ad38
default_news_ad4
default_setImage2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4 5 6 7 8 9 10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