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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유리천장 [김주혁 칼럼]

기사승인 202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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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 인 할리우드, 2018년, 미국, 다큐, 톰 도나휴 감독, 지나 데이비스 등 주연, 96분

▲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 칼럼=김주혁 주필의 가족남녀M&B] ‘우먼 인 할리우드’는 미국 영화계의 성차별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로 인해 여성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얼마나 양산되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여성 배우들의 증언과 증거들이 다양하게 제시된다.

이 영화에 따르면 영화를 비롯한 미디어는 이미지가 워낙 강력해서 어린이 등 관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활을 쏘는 여주인공이 등장한 영화 ‘메리다와 마법의 숲’과 ‘헝거게임’이 2012년 개봉하자 양궁 수업을 듣는 미국 여자아이들이 105% 증가했다. 드라마 ‘CSI’(과학수사대)에 여성 법의학자가 출연하자 법의학 분야의 여성 비율이 급증해 남성과 비슷해졌다. 여성 야구선수가 나오는 영화 ‘그들만의 리그’를 보고 운동을 시작한 소녀들도 많다.

부정적 영향도 크다. “여자 입장에서 글을 잘 쓰시네요.” “남자 입장에서 이성과 의무를 빼면 돼요‘”(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말했잖아, 난 여자랑은 시합 안 해.” “공 던지는 게 꼭 계집애 같네.” 이런 대사를 보면서 관객들은 여성에 관해 부정적인 관점을 갖게 된다. 5세 이하 어린이는 장래 꿈에서 남녀 간 별 차이가 없으나 그 후 급변한다. 원인은 영화나 TV 화면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직업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여성 의상은 남성보다 3배나 노출이 심하다. 여배우들은 영화 내내 카메라가 자신의 엉덩이만 따라다닌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거다.

▲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 포스터

“전세계에서 소비하는 미디어의 80%는 미국에서 만들어져요. 여성에 관한 부정적인 관점을 우리가 수출하는 거죠. 하나의 관점만 보여주면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볼 권리를 무시하는 꼴이 됩니다.”

▲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 스틸 이미지

방송과 영화는 대부분 남성을 위한 것이고, 연출 분야에서 여성들은 사실상 배제된다고 배우와 감독 작가 등 출연진들은 입을 모은다. 영화계의 유리천장이다. 2018년 미국 개봉영화 상위 250편의 감독 중 92%는 남자다. 흥행작 상위 100편 중 85%는 남성 작가에 의해 집필됐다. 로튼 토마토의 평론가 중 78%는 남자다. 미국영화감독조합 회원 중 여성은 15.6%에 불과하다. 1990~2005년 전체관람가 흥행작 상위 101편에서 대사가 있는 역할의 72%는 남자가 했고, 주요 화자의 80% 이상은 남자다. 2017년 흥행작 상위 100편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보다 화면에 2배 더 노출됐다. 각본 감독 평론 주체와 내용이 모두 남성 편향적이다. 여성들의 흥행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아니다. 2017년 흥행작 상위 100편의 평균수익은 여주인공 주도 영화가 1억 4800만 달러로 남주인공의 1억 700만 달러보다 많다. 여성 감독들은 상을 받거나 흥행에 성공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더라도 후속 작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도태되기 십상이다. 1949~79년에 여성에게 맡겨진 영화 관련 일감은 0.5%에 불과하다. 제작사가 에이전시에 감독과 작가의 추천을 의뢰하면 대부분 남자 일색으로 추천되는 성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성 영화인들은 방송사별로 고용된 백인 남자 감독의 비율을 조사해 발표했고, FX사가 89%로 가장 높았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FX 사장은 충격을 받고 개선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듬해 49%로 낮췄다. 다양성 확보 덕택에 FX사의 작품 50개가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스톡홀름의 예술영화관은 영화계 양성평등 확대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A(Aproved, 승인)등급제를 도입했다.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에 한해 ‘A’ 등급을 부여해 영화 상영 전 고지했다. 이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 중 ‘A’등급을 받는 영화는 절반이 안 된다. 벡델 테스트는 미국의 여성 만화가인 엘리슨 벡델이 1985년 제안한 영화 성 평등 테스트다.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려면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나올 것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해당 대화 내용이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 것 등의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하면 된다. 매우 기초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할리우드 영화 중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작품이 더 많다는 사실은 미국 영화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지 말해준다.

이 영화는 ‘당신에게서 시작합니다. 반반 비율을 지켜주세요’라고 강조하며 마무리한다.

▲ 출처 :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

우리나라의 영화계 상황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들어 여성 참여율이 상승하고는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실질개봉작 165편의 헤드스태프 여성참여율을 분석한 결과 여성 감독은 38명(21.5%)으로 사상 처음 20%대를 기록했다. 여성 제작자는 50명(24.0%), 여성 프로듀서는 50명(25.6%), 여성 각본가는 43명(25.9%)으로 대부분 20%대다. 여성 주연은 67명으로 42.1%인 반면 여성 촬영감독은 19명으로 8.8%에 불과하다. 물론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만 놓고 보면 여성 참여 비율은 다소 떨어진다.

2020년 한국영화 흥행 상위 영화 28편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총 15편(53.6%)으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주연의 여성 성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8년까지 한국 영화 벡델 테스트 통과 비율이 25% 수준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큰 변화다. 하지만 역대 흥행 순위 1-4위인 ‘명량’ ‘극한직업’ ‘신과함께-죄와벌’ ‘국제시장’은 모두 벡델 테스트에 걸린다.

영화를 비롯한 미디어도 특정 성 편중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을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면 좋겠다.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myhappyhome7@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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