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우리는 외국의 국빈이 비행기에서 내릴 때, 연말 연시의 중요한 파티나 행사 그리고 각종 영화제에서 입구에 깔린 붉은 양탄자를 흔히 보게 된다. 이 ‘레드 카펫’은 단순히 신발이 더러워 지지 말라는 의미보다도 회의나 모임의 참석자 그리고 국빈을 그만큼 환대하고 예를 갖춘다는 의미도 있다.

참석자를 돋보이게 하는 ‘레드 카펫’의 카펫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카펫을 처음 알게된 것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천일야화 중 하늘을 날으는 양탄자 이야기에서다. 그때는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보자. ‘카펫’ 혹은 ‘융단’은 “대개 바닥 깔개용으로 두꺼운 재료를 써서 만든 장식적인 직물”로 정의되어 있다. 19세기까지 이들은 손으로 만들었고 예술작품으로 여길 정도로 가치도 높았다. 20세기에 융단은 작고 바닥의 일부를 덮거나 옮길 수 있는 바닥깔개를 지칭했고 카펫은 바닥 전체를 고정되게 덮는 것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이들의 디자인은 16세기까지는 화려하게 전체의 구성이나 그 자체의 용도를 가진 것으로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실내장식의 일부로 여겨지기도 한다. 예술적으로 카펫의 디자인과 기술은 15~6세기 페르시아에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다. 최초의 카펫은 중서부 아시아에서 흙바닥을 덮는 깔개의 용도로 만들었고 유목민들의 유일한 장식예술이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카펫은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궁전에서부터 주거용 천막까지 유용하게 쓰인다. 카펫은 담요, 안장깔개, 접을 수 있는 천막 출입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는데 기도용은 소지가 쉽도록 작게 만들었고 보통 종교적인 이미지로 장식되었다. 16, 17세기에 유럽에 수입된 카펫은 바닥에 깔기에는 너무 소중한 예술품이어서 벽이나 발코니에 걸거나 가구덮개로 이용했다.

카펫의 직조법은 매듭장식으로 보풀있게 짜는 기법과 매듭 없이 평평하게 짜는 kilim 기법이 있다. 재료는 보통 양털이지만 면사, 아마사, 대마가 쓰이고 일부 최고급 페르시아산 카펫 중에는 비단으로 만드는 것도 있다. 전통적으로 천연의 꼭두서니나 인디고 염료로 염색한 서로 다른 보풀있는 실을 손으로 날실의 둘레에 하나씩 엮어서, 매듭이 없는 끝부분을 바탕 위에 보풀처럼 일게 한다.

카펫의 가치는 장식된 디자인의 복잡성과 아름다움, 매듭의 밀도와 기술로 결정된다. 카펫은 산지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매듭이 사용되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터키의 기오르데스 매듭과 페르시아의 센나 매듭이다. 카펫의 디자인은 가운데 부분(문지)과, 테두리 역할을 하는 하나 이상의 가장자리 장식무늬로 나뉜다.

최고의 페르시아산 카펫은 소용돌이꼴 무늬와 포도덩굴 무늬 또는 아라베스크 무늬가 일반적이다. 꽃과 과일나무 등 식물은 영생과 부활을 상징하고 작은 새무늬와 수렵 관련 무늬도 애용된다. 유럽 카펫은 빛과 그림자로 생생한 효과를 나타내는 그림을 모방한 디자인을 좋아하여 양식화된 기존 디자인은 점차 사라졌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17, 18세기에는 사보네리 카펫과 오뷔송 카펫 등 유럽 카펫 제조공장들이 프랑스에 세워졌고 영국에는 액스민스터에 있었는데 19, 20세기에 카펫 제조방법도 바뀌었다. 동력직기가 1839년에 모습을 나타냈고, 현재 카펫 제조에 아주 중요한 고속 술 장식법이 1920년대 미국에서 창시되었다.

인간에게 유용하게 이용되면서 귀빈을 상징하는 ‘레드카펫(red carpet)’은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red carpet’은 ‘red(붉은색)’와 ‘carpet(카펫, 양탄자)’을 결합한 말이다. ‘carpet’은 ‘carpere(잡아당기다)’의 과거 분사형인 중세 라틴어 ‘carpita 혹은 ’carpire’가 고대 프랑스어 ‘carpite’로 유입이 되었다. 이 단어가 ‘carpet’로 변형되어서 최종 정착을 하였다. ‘carpet(카펫, 양탄자)’은 종종 ‘rug(카펫, 융단)’와 혼용되어 쓰인다. 어떤 이는 카펫을 마루에 까는 것으로 정의하고 다른 사람들은 ‘rug’를 카펫보다 질이 낮거나 작은 사이즈의 것으로 정의한다. 카펫은 18세기까지 유럽의 인테리어에서 마루에 일반적으로 깔지 않았지만 페르시아와 서유럽이 무역을 하면서 점차 탁자나 벽을 덮는 것도 카펫이라 불렀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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