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위 왓치 유’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 칼럼=김주혁 주필의 가족남녀M&B] ‘#위 왓치 유’는 체코에서 성인들이 온라인 채팅을 통해 미성년자들과 성적 대화를 주고받는 성착취 현장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충격적인 온라인 그루밍 현실을 보여준다. 제작진이 촬영자료를 경찰에 넘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체코에서 지난해 개봉될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9월 24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착취하기 위한 대화 반복이나 성적 행위 유인 등 그루밍 행위가 처벌되고, 이를 적발하기 위한 위장수사도 가능해지기에 더욱 관심을 끄는 영화다.

이 영화는 어려 보이는 성인 배우를 모집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선발된 배우가 12살로 위장한 채 채팅 사이트에 계정을 개설, 소개 사진을 한 장 올렸더니 5분 만에 16명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렇게 배우 3명이 평범한 가정집처럼 꾸며진 세트장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촬영했더니 이들에게 10일 동안 연락한 남자가 무려 2,458명이다. 1인당 하루 80여명 꼴이다. 20~30대부터 할아버지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이 중 21명과는 직접 만나기도 했다. 대부분 수사 대상이다. 증거 영상은 차고 넘친다.

상대방은 거의 예외 없이 노골적인 성적 대화를 던진다. 엉덩이가 예쁘다, 가슴을 보여달라, 옷을 벗으면 돈을 주겠다, 섹스 해봤냐 등등. “12살”이라고 해도 “괜찮다”는 답만 돌아온다. 성기를 노출하거나 자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나체 사진을 보내라는 요구도 거침없이 한다. 속옷이나 케이크를 사줄 테니 만나자는 요청도 적지 않다.

대화 상대 중에는 어린이 스키캠프를 운영하는 마르틴(닉네임 북부의 제왕)도 있다. 12살 소녀에게 성기 사진을 보내고 자위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작진이 직접 만나서 “미성년자에게 아동 포르노 링크를 왜 보내냐”고 따지니 “그런 적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당사자가 “받았는데 역겨웠다”고 항의하니 “실수로 보냈나 보다. 난 신경 안 쓴다”는 답이 돌아온다. 이어 “나는 모든 연령대랑 채팅한다. 재미있어서. 애가 온라인에 기대는 건 다 부모 탓이다.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그런 짓을 안 한다. 남자랑 채팅하고 부모에게 비밀로 한다면 그건 내 문제가 아니라 그 집 문제다. 부모에게 다 얘기하라고 자녀를 가르쳤어야 한다.”고 오히려 화살을 부모에게 돌린다. 자신이 범죄행위를 저질러놓고도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

성적 요구를 하지 않는 참여자는 유일했다. 이 20대 남성은 “옷 벗으면 돈 주겠다고 하더라”는 배우의 말에 “그러지 마라. 이유는 간단하다. 옷을 벗으면 네 사진을 사방에 뿌릴 거다.”라고 조언한다. 그는 “나는 흥분하고 싶으면 여자 친구한테 가거나 성인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영상을 찾으면 된다. 모르는 소녀에게 사진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 영화 ‘#위 왓치 유’ 포스터

나체 사진을 합성해 30여명에게 보냈더니, 상당수가 다른 성적 행위를 요구하며 응하지 않으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다.

영화에 출연한 한 전문가는 “미성년자가 상대방에게 실제로 사진을 보내는 경우가 꽤 있다. 그 이유는 행위의 결과와 위험성을 충분히 생각할 능력이 아직은 부족하고, 대화 상대와 연락이 끊어질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화 상대가 그들의 욕구를 채워주며, 그들에게는, 특히 부모와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나이에는 아주 중요한 일이란다. 아이가 사진을 보내고 곧바로 후회해도 이내 협박이 시작된다고 이 전문가는 덧붙인다.

이 영화는 자막으로 끝을 맺는다. ‘부모 여러분, 인터넷 사용을 막는 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세요. 그리고 명심하세요. 소년들도 표적이 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스위티’라는 가상 캐릭터(인공지능)가 2013년 개발돼 온라인에서 아동 성착취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성인을 찾아낸다. 스위티가 한 채팅방에 나타나 “제 이름은 스위티입니다. 열살입니다. 필리핀에 삽니다.”라고 소개하자 10주 만에 1천여명이 말을 걸어왔다. 이중 상당수는 돈을 주며 성매매를 요구한다. 네덜란드의 한 아동인권단체는 이들의 신상을 국제경찰기구에 넘겼다. 네덜란드는 가상 아동청소년 캐릭터에게 성적인 목적으로 접근하고 성행위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2018년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월 개정돼 9월24일 시행된다.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만19세 미만, 19세에 도달하는 연도의 1월 1일을 맞이한 자는 제외)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거나,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그루밍’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사전에 효과적으로 적발하고 예방하기 위해 경찰이 신분을 비공개하거나 위장해 수사할 수 있는 특례도 마련됐다. 경찰은 위장수사 전담요원 40명을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미성년자라며 나와 채팅하는 상대가 경찰일 수 있고, 그와 성적 대화를 반복하면 형사처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은 구입, 소지, 시청만 해도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그밖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처벌은 △제작, 수입, 수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영리 목적의 판매, 대여, 배포, 제공, 소지, 운반, 광고, 소개, 전시 상영 5년 이상의 징역, △배포, 제공, 광고, 소개, 전시 상영 3년 이상의 징역 △제작 정황을 알면서 아동청소년을 제작자에게 알선 3년 이상의 징역 등이다.

2019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인터넷을 통한 원치 않은 성적 유인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11.1%나 된다. 개정된 법률 시행을 계기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그루밍이 사라지고, 텔레그램 엔(n)번방 디지털 성범죄 사건 같은 끔찍한 범죄가 뿌리뽑히길 기대한다.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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