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은 위와 같은 규정을 두어, 주거침입죄를 규율하고 있습니다.

성관계할 목적으로 기혼자인 상대방의 집에 들어간 경우, 간통죄는 폐지되어 간통으로는 처벌할 수 없지만, 주거침입죄로는 처벌할 수 있을까요?

최근 해외 파견근무 중인 남편 몰래 내연녀의 집에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드나든 남성에게 5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남은 2016년 3월부터 친목모임에서 알게 된 B녀와 불륜관계를 지속하며 경기도에 있는 B녀의 아파트를 찾아가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A는 2017년 7월 B로부터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됐고, B가 사는 아파트가 B의 남편인 C의 주거지라는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계속해서 B의 아파트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C가 외국으로 출국한 틈을 이용해 B와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위 아파트에 다시 들어간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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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2019고정1514).

A는 "C가 해외 파견근무 중이었으므로, 아파트는 C의 주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비록 C가 해외 파견근무 중이었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 등을 아파트에 그대로 남겨둔 채 파견근무를 하고 있었고, A와 B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B와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C가 3개월에 한 번씩 귀국해 10일 이상씩 아파트에 거주한 점 등에 비춰 C의 아파트에 대한 지배관리 관계는 여전히 존속했다"고 판단하면서,

"A가 C의 아내인 B와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그 죄책이 무겁고 비난가능성이 크다. 다만,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범행 후의 정황 등의 사유를 종합했다"고 벌금 5백만원의 양형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대법원 판결과 기본적인 태도를 같이하는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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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1984년 6월 남편의 부재중 간통 목적으로 내연녀의 승낙하에 주거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83도685).

당시 대법원은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니고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으로서 그 주거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전원이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전제한 후,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 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 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할 것이고, 동거자 중의 1인이 부재중인 경우라도 주거의 지배 관리관계가 외관상 존재하는 상태로 인정되는 한 이같은 법리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따라서 남편이 일시 부재중 간통의 목적하에 그 처의 승낙을 얻어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도 남편의 주거에 대한 지배 관리관계는 여전히 존속한다고 봄이 옳고 사회통념상 간통의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오는 것은 남편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여지므로 처의 승낙이 있었다 하더라도 남편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은 깨어졌다 할 것이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울산지방법원은 2020년 8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갑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2020노147). 갑남은 내연녀인 을녀를 만나고자 3차례에 걸쳐 을의 남편이 없는 틈을 타 을의 집에 드나든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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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형법상 주거침입죄는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닌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고 전제한 후, "갑은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해할 수 있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공동거주자 중 한 명인 을의 승낙을 받고 평온하게 집에 들어간 것으로 주거를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할 수 있을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부재 중인 다른 공동 주거권자의 추정적 의사 유무가 사실상의 주거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주거침입죄 성립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중앙지방법원의 판결과 기존 대법원 판결의 입장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주거의 평온’으로 보면서, 위와 같은 경우 내연녀 남편의 의사에 반한 것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본 반면, 울산지방법원은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로 갈 수는 있지만, 주거의 평온을 해한다고 볼 수 없어 형벌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국한할 것인지, 나아가 형벌로 처벌도 하여야 할 것인지의 가치판단의 문제로 귀결되는 문제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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