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 당신은 어떤 배우자였나?
상대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판단을 내렸다면, 이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 돌아보아야 한다. 이는 외도에 대한 핑계를 인정하라는 말이 아니다. 외도 배우자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의 외도로 상처를 받은 것은 당신만이 아니다. 당신의 결혼 생활, 자녀들은 물론 외도 당사자도 상처를 받는다.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난 것은 원래 어떤 취약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취약점을 찾아 고쳐야 관계의 회복이든 이혼 후의 새 출발이든 제대로 할 수 있다. 이것이 외도 배우자에 대해서만 아니라 당신 자신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검토 과정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어쩌면 당신은 이미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수도 없이 했을 것이다. ‘내가 그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존재였나? 혹시 내가 너무 심하게 한 것이 있었나?’처럼 말이다.
여기서 제안는 것은 그런 자책들과는 다르다. 당신이 판단한 유형의 배우자를 기준으로 해서, 그 유형에서는 당신이 어떻게 보였을지를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외도 배우자가 권력형이라면; 나는 그에게 어린애처럼 보였을까, 바보로 보였을까, 건방진 부하로 보였을까? 또 복수형 배우자라면; 자기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냉정했던 보였을까, 독불장군으로 보였을까, 잔소리꾼으로 보였을까? 이런 검토 후에는, 당신 역시 그렇게 하게 된 이유가 있었을 테니 그 이유를 돌아보라.
이렇게 순환적인 질문을 반복하면서 당신 부부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후회 없는 결정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 당신 부부의 관계를 검토하라
상대와 자신, 그리고 당신들의 관계에 대한 평가를 마쳤다면, 다음에 할 일은 그런 관계가 당신에게 만족스러운지, 만족할 수 없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만약 만족할 수 없다면 그건 배우자의 탓인지, 당신의 탓인지, 아니면 외부적인 상황 탓인지를 따져보라.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렇게 된 이유가 아니라, (그 이유로 외도가 생겨날 수 있었던)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당신과 상대의 관점에서 각각 찾아보는 것이다.
많은 상처 배우자들이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라며 절규한다. 이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질문을 제대로 해야 옳은 답을 얻을 수 있다. 외도는 ‘그가 당신에게 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그가 한 것’이다. 그러니 외도가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당신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라.
또한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배우자의 외도는 ‘당신 두 사람의 결혼 관계에서 일어난 일’이다! 때문에 당신은 당신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 되짚어 보아야 한다. 배우자가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 동안 당신이 놓치고 있었던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상대에 대해서 당신이 미처 몰랐던 점일 수도 있고, 상대가 당신에 대해서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점일 수도 있다.
§ 당신 부부의 관계를 검토하라
배우자의 외도라는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면 이제 당신은 이제 당신들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 당신은 주로 ‘이 사람이 어떻게 외도를 하게 되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이 사람과의 혼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나? 아니면 끝내야 하나? 그러려면 나는 어떤 각오과 준비를 해야 하나? ’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무익한 대립과 싸움, 그리고 좌절과 불안이라는 함정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런 결정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전문가와 함께 해결책을 찾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일 것이다.
① 만약 ‘이 사람과는 잘 살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당신에게 좋을지 연구해야 한다. 이런 경우도; 이혼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가능한 빠르게 절차를 밟아갈 것인지, 이혼은 하겠지만 적절한 때를 기다릴 것인지, 이혼은 하지 않되 상호 교류는 제한된 상태로 유지할 것인지 등등 생각보다 수많은 선택 사항들이 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려고 눈치를 보거나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하라. 당신의 결단이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② 만약 부부 관계를 회복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격려와 함께 행운을 빈다. 1/4이라는 성공 확률은 사실 썩 높은 것이 아니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100% 완전무결한 상태를 바라지만 않는다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선택일 수도 있다. 당신은 이런 결심을 배우자에게 이야기하여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하기로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좋다.
그러나 당신의 이런 장한 결심에 대해서 외도 배우자가 기꺼이 호응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검토 과정을 되출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다음편에 계속...)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