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을 닮은 밤섬에서 바라 본 양화나루와 양화대교

[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겨우내 얼었던 얼음들이 녹기 시작한다. 서빙고를 따라 노들섬을 지나니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화려한 노들섬에 비하면 밤섬은 다가갈 수 없는 무인도다. 백로가 노닐던 노들섬과 한강변 버드나무들이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봄인가 생각하니 아직 찬 공기가 목덜미에 앉는다. 언제나 봄은 온 듯 안 오듯 기약할 수 없다. 밤 모양 같은 밤섬에 버드나무들 사이로 오리가족이 오가며 바뀌는 계절을 알린다. 밤섬엔 사람이 언제까지 살고 있었을까? 밤섬 부군당을 생각하니 그들의 삶이 궁금 해 진다.

양화대교 아래까지 바닷물이 온다

▲ 양화나루에서 바라 본 해뜨기 전 한강변 도심 속 풍경

잔잔한 강물을 바라보니 맑고 출렁대는 물결소리가 마치 파도와 같다. 강물인가, 바닷물인가... 궁금한던 터에 낚시하는 어부에서 물어본다. 잡히는 고기를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만조시에 한강 양화나루에서 숭어와 감성돔이 잡힌다고 한다. 양화대교 아래까지 바닷물이 밀려오는 걸까? 화려한 아치형 다리와 지하철이 다니는 당산철교 사이에 강물을 자세히 보러 내려 가본다. 출렁이는 물결과 교각에 부딪치는 물소리, 잡히는 고기까지 바다라고 해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신기하다고 느끼는 순간, 양화대교라는 노랫소리가 귀전에 울린다. 한강의 33개 다리 중 가장 많은 사연을 간직한 다리가 아닐까?

양화진은 차가 없던 시절, 서울에서 양천 지나 강화로 가는 유일한 뱃길이다. 600여 년 전 바닷물이 용산강까지 밀려왔으니 용산은 그야말로 도성 밖 가장 번성한 서울의 중심이었다. 이후 한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용산강의 역할을 양화진이 대신하였다. 한양도성에서 양천과 강화로 가야할 때 양화나루를 반드시 거쳐야 했다. 수운이 최고의 교통수단일 때 한강의 3대 나루터로 송파진,한강진 그리고 양화진이었다. 한강 가운데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강변도 용산강과 양화진이었다. 정자가 많고 머무르는 사람과 중국에서 온 사신도 꼭 가고픈 곳이 양화나루였다.

머리를 치든 누에 닮은 잠두봉에 오르다

▲ 누에의 머리를 닮은 잠두봉_절두산 성지

버드나무가 우거져 버들꽃 피는 봄이면 특히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양화대교 아래 강물에서 솟아오른 봉우리는 마치 머리를 치든 누에와 같은 형상이다. 아니 한 마리 용이 한강에서 뛰쳐 올라와 앉아 있어 용두봉이라고도 하였다. 30m 높이 밖에 안되는 봉우리지만 행주산성과 궁산까지 볼 수 있어 군사들이 주둔한 곳이었다. 들머리라 불리는 잠두봉의 시작은 어디일까? 조금 더 머리를 들어 한양도성을 살펴보니 인왕산과 안산에서 산줄기가 이어진다. 금화산을 거쳐 용머리가 있는 용산과 와우산 지나 잠두봉까지 이어지니 한강변 양화진이 더욱 중요한 자리로 보인다.

절두산 순교 성지, 양화나루 언덕을 품는다

▲ 절두산 순교 성지_잠두봉

양화나루 언덕에 절두산은 또 어디인가? 잠두봉에서 수많은 천주교도들이 목이 잘려 처형되는 가슴 아픈 장소이기도 하다. 병인박해와 병인양요가 일어난 양화나루 잠두봉은 역사 속 슬픈 이름도 가지고 있다. 꿈틀거리는 누에의 머리를 닮은 잠두봉은 누군가의 머리를 자른 절두산(切頭山)이 되어버렸다. 버들꽃 날리는 양화진은 아름다운 풍경 뒤에 수천 명의 피가 얼룩진 순교지이자 성지가 되었다. 이곳은 절두산 성지로 천주교 순교 기념관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상이 한강 너머 서해 바다를 바라보며 묵묵히 서 있다. 오늘도 누군가 기다리며..

아름다운 한강변 따라 누에머리를 닮은 잠두봉에 다다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양화나루에서 절두산에 얽힌 150여 년 전 이야기는 가슴을 따뜻하게 그리고 머리를 차분하게 해 준다. 또한 양화나루 언덕을 묘지로 사용한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도 이곳에 있다. 절두산은 역사의 현장이다. 한강을 거슬러 양화진에서 서강 지나 용산강까지 걸으면 한강의 역사와 문화가 한눈에 보인다. 봄이 오는 소리와 함께 한강을 따라 함께 걸어보실까요?

▲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저서)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최철호 소장]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지리산관광아카데미 지도교수
남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외래교수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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