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정분임 작가의 아무튼 영화&글쟁이 엿보기] 조선의 임금 인조(박해일)는 청의 칸에게 3번 절하며 머리를 조아린다. 그 굴욕적인 모습을 지켜보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은 목 놓아 통곡한다. 청의 칼에 백성의 몸이 찢겨지고, 백성이 추위에 얼어 죽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벼슬아치들이 울었다. 그 연로한 사내들이 꺼이꺼이 운다.남한산성 47일간의 저항, 아니 임금의 도피 기록을 다룬 영화. 남한산성을 보는 내내 너무나 답답하고 화가 났다. 임금의 우유부단함이 갑갑했고, 백성보다 임금을 위하는 척하는 위정자의 위선 때
[미디어파인 칼럼=정분임 작가의 아무튼 영화&글쟁이 엿보기]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20세기에 이 노래를 부른 청춘들은 삼등 완행열차를 타고 동해로 가자 했다. 바다는 청춘들의 시름과 역경을 위로받는 곳이자 피난처였다. 그곳에서 고래 한 마리를 잡는 꿈. 그렇게 청춘들은 꿈을 꾸었다.현재 전공의 사표와 이탈로 의료계는 멘붕 상태다. 몸과 마음과 시간을 다 바쳐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돌보았던 그 젊은 전공의들은 사표를 내고 지금 어디에 있을까? 취업 준비로 청춘을 갈아 애쓰는 청년들에게 전공
[미디어파인 칼럼=정분임 작가의 아무튼 영화&글쟁이 엿보기]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는 훈련 생활 중에 일어난 폭력과 가혹 행위에 저항하고 이겨내 보려 했으나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2020년 6월) 최 선수가 공공기관과 책임 단체에 여러 차례 신고했으나 가해자에 대한 조사나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를 폭행한 조재범 전 코치를 엄벌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청와대는 “체육 단체의 자정 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성적 지상주의, 엘리트 체육 육성방식,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
[미디어파인 칼럼=정분임 작가의 아무튼 영화&글쟁이 엿보기] “저는 조선의 옹주로서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나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지 못했어요.” 영화 끝 장면에서 덕혜옹주가 남긴 말이다.덕혜옹주는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마지막 딸이었으나, 그녀의 어머니는 소주방 나인 출신이었다. 옹주는 일본에 볼모로 가서, 일본 황실에서 정해준 백작과 정략결혼을 하였고, 해방이 되어서도 조국에 돌아가지 못한 채 정신병원에서 넋을 놓고 살아야 했다.조선 황실의 마지막 황녀,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일제의 앞잡이 한택수 장관의 제안을 받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의 시 중에서[미디어파인 칼럼=정분임 작가의 아무튼 영화&글쟁이 엿보기] 가야 할 때는 이 세상과 이별 할 때, 사랑하는 가족을 남기고 떠날 때이다.81세의 할머니 해리엇 롤러는 죽기 전에 듣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래서 사망 기사를 전문적으로 쓰는 앤 셔먼을 찾아간다. 앤의 손을 거치면 별로였던 사람들의 삶도 모두 가치 있고 명예로운 것이 되었다.앤은 해리엇에게서 받은 수백 명의 명단 목록대로 해리엇의 주변 인물들을 찾아 나선다. 해리엇 사망
[미디어파인 칼럼=정분임 작가의 아무튼 영화&글쟁이 엿보기] 1991년 부패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대와 아이디드가 이끄는 반군의 침공으로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는 아비규환이었다. 생사를 다투는 그 곳에서 남한과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극적으로 탈출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실화와 영화는 좀 다른 점이 있으나 남·북한 사람들이 죽음의 위기에서 서로를 챙기며 이방의 땅 모가디슈를 빠져나오는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워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북측 사람들이 약탈을 당하고 폭력을 당해서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
[미디어파인 칼럼=정분임 작가의 아무튼 영화&글쟁이 엿보기] "우리 이 아파트 팔고 저 아래 빌라 새로 생긴 데로 이사 갈까?""싫어."초6 딸은 완고했다. 빌라에 산다는 것이 창피하단다. 전에 반 친구가 반지하에 산다고 아이가 안타깝게 여겼던 표정이 기억난다.TV 예능에서 집 구해주는 장면을 보면 내가 살고 있는 집 인테리어가 허접하고 남루했다. 거기에 나오는 집들은 아파트, 빌라, 전원주택, 단독주택, 주상복합, 원룸 등 참 깨끗하고 좋아 보였다. 궁전같이 화려한 집도 있었다. 우리 동네 새로
[미디어파인 칼럼=정분임 작가의 아무튼 영화&글쟁이 엿보기] 455명이 죽고 혼자 살아남아 456억원을 받아 집에 왔는데 어머니가 방에 쓰러져 있다. 아들을 기다리다 병든 어머니는 운명하였다. 「운수좋은 날」을 쓴 현진건이 이 드라마를 보면, 인력거꾼 김첨지가 이 드라마를 보면 뭐라 할까? 그날따라 운수가 좋아서 병든 아내에게 먹일 설렁탕을 사들고 왔지만 빈 젖만 빨던 아기의 울음을 듣던 김첨지가 말이다. 우리나라 전통 민속놀이와 구세대가 즐겼던 놀이를 통해 승자를 가려내는 게임. 승자에게는 456억원의
[미디어파인 칼럼=정분임 작가의 아무튼 영화&글쟁이 엿보기] 로라와 가스통의 엄마 비르지니는 식용메뚜기를 사육한다. 풀을 직접 캐어 주고 오래 들여다보아도 메뚜기의 성장과 번식은 시원찮다. 메뚜기 판매 유통망이 좁고 사육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비르지니는 메뚜기 온실에서 집기를 내던지며 분노를 표출하다가 미끄러져서 다친다. 그녀는 피를 흘렸다. 메뚜기들은 그 피를 빨아먹는다. 이후 메뚜기들은 몸집이 커지고 많은 알을 낳았다. 메뚜기들의 번식력이 증가했다. 비르지니는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어서라도 자신의